우리 사회시스템에 널리 퍼져있는 고정관념도 바꿔야 하지만
엄마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생각 속의 고정관념도 바꿔야

 2011년 키워드, 월가를 점령하라!

지난 2011년을 말해주는 단어 하나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Occupay'(아큐파이, 점령하다)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외침은 뉴욕의 월가(街)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되어 2011년 10월 29일 총행동의 날에 세계 1000여 개 도시에서 열린 동시다발적인 집회와 시위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이 ‘점령하라’라는 구호로 금융자본에 맞선 전 세계적인 저항운동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앞장 선 이들은 이름 없는 '시위자'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모여서 청년 실업을 해결하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정도였지만 "우리가 99%다"라는 정치 구호를 내세우고 금융 시스템과 분배 구조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미국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99%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99% ‘아큐파이’ 운동은 친환경 반소비 잡지인 애드버스트가 지난해 7월 13일 "월가(街)를 점령하라, 타흐리르 광장을 재현하고 싶은가? 9월 17일 맨해튼 남쪽으로 달려가서 텐트를 치고 키친을 만들고 평화의 바리케이드를 쳐서 월가(街)를 점령하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실제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은 뉴욕의 시민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작게 시작한 시위에 연령, 직업, 인종을 초월한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가 99%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의견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답니다. 불평등한 세상을 바로 잡아보자는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 나왔으니 요구는 다양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의 요구를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하지만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하나의 의제로서 채택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과정이 더뎠지만 시위자들은 신뢰를 가지고 참여했고, 결국은 매우 효과적으로 원칙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경찰의 폭력 문제나 운동성향이 다른 시위대 내 세력 간의 갈등은 당연한 요소였고, 점령운동 에 대한 주류 언론은 철저한 외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월가(街) 점령운동은 우리 대부분이 99%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게 했습니다. 99%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소수자의 모임이므로,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서로가 연대해야 1%에 대항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에게 1%는 사회시스템과 인식의 고정관념

99%의 요구는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책임과 공정성을 얘기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1%로 인해 99%가 고통 받는 것을 멈춰야 하고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이들과 한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에게도 사회적으로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엄마들에게 요구되는 많은 사회적인 요구들이 있지만,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와 보육, 교육의 문제에서부터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것, 엄마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문제, 노후의 문제까지 모두 엄마 또는 가정의 사적인 문제로 던져 놓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들은 엄마들의 문제에 대해 사회에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하거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자괴감으로 인해 왜곡된 자신의 모습을 진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하는 것이 여자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오랜 관념과 이것이 그대로 반영된 사회시스템이 만든 잘 못된 인식에 여전히 지배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큐파이 월가(街)를 외치는 많은 시위자들과 마차가지로 사회적으로 수많은 소수자인 99% 엄마들이 바꿔야 하는 1%는 오랜 고정관념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사회시스템과 그러한 시스템에 길들여진 자신들의 잘못된 인식입니다.

이런 사회시스템을 바뀌게 하고, 자신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99% 엄마들이 1%의 시스템과 인식을 바꾸기 시작해야 하고, 그 시작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와 보육, 교육의 문제에서부터 가정경제를 꾸려가는 것, 엄마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문제, 노후의 문제까지 사회적으로 기회가 평등하게 제공되고, 같이 행복해지는 사회시스템으로 변화되도록 '지금부터'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러한 변화들을 어떤 형태로, 그리고 그 결과물로 무엇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엄마들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대안을 내 놓은 참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급함보다는 더디더라도 안정된 시스템과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끈기 있게 관심을 놓지 않는 엄마의 힘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불변의 시스템이 아닙니다. 엄마들의 자괴감에 가득찬 인식은 하나씩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면서 봄 날 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대안을 생각할 때가 된 것입니다.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임신과 출산에 사랑만이 가득하고, 아이의 육아와 보육에 걱정이 없으며, 직장에 다니든 전업가정살림을 하든 나름대로의 능력을 펼 수 있으며, 그로인해 노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은 당장에 만들어 내기 힘들뿐,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사회시스템은 엄마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모든 사회시스템에 속한 구성원의 이익이 됩니다.   

엄마들이 참여에 서투른 문제, 해 보지 않았기에 혼란스러워 지는 문제, 정작 엄마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밝히는 진짜 어려운 문제가 부닥쳐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때도 바로 지금입니다.

문제의식과 해법은 오히려 간단, 명료합니다.
고정관념에 빠진 사회시스템과 인식으로 인해 99%의 엄마들이 기회를 빼앗기는 일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입니다. 엄마의 능력과 권리를 가로막는 것들을 치우고 엄마들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가정과 엄마들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실핼되는 것이 새로운 시스템의 모습이어야 합니다.

99%의 엄마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자각하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렇게 한 발씩 내 딛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꿈입니다.

그래서, 엄마의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