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말, 정부와 민간보육시설 간 갈등으로 민간보육원들이 휴업을 예고하면서 엄마들의 고민이 많았었다. 다행히 큰 휴업대란은 없이 끝났지만, 아직 영유아기에 있는 자녀들을 볼모로 정부와 보육기관이 벌인 일에 대해 엄마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29일 ‘100% 집단 휴원’이 예고됐지만, 대전·광주·충남·제주 등 8개 지역이 참여하지 않았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도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상당수 어린이집은 당직교사를 배치해 피해를 막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민감한 어린 영유아를 보육하는 일에 파행은 불가피했고, 일부 엄마들은 보육원의 파행을 염려해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대신 맡아 줄 곳을 찾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 것은 당연.

주로 국가의 지원과 열악한 보육교사들의 처우문제가 논쟁의 중점으로 부각되었다.


민간자본에 의존한 보육정책, 파행은 불가피

우리나라 보육시설은 민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한다. 전체 보육시설 3만8021곳 가운데 국·공립시설은 5.3%(2034곳)에 불과하다. 반면 민간영역인 민간보육시설과 가정보육시설은 89.5%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70% 이상이 공공 보육시설임에 비해 기형적인 구조다.

우리나라가 OECD 에 가입하는 선결과제로서, 아동에 대한 복지와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보육시설 3개년 확충계획'을 급히 서두르면서 민간자본을 끌어 들여 생긴 결과다.

민간보육시설은 정부의 보육지원이 확대될수록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양적인 증가는 당연하고, 보육정책에 시장논리가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보육정책에 공공성 회복이 필요

돈이 되므로 민간 보육시설이 계속 늘어나고, 이들은 수익이 중요한 만큼, 보육정책이 시장 논리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논리가 개입되면서 보육하는 아이들의 숫자로 값어치가 매겨져 거래되는가 하면,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보다는 보육원의 배불리기가 우선이 되는 행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보육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100% 국가보조로 운영되는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은 지난 시절 민간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기에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과연 그런 민간의존 환경이 완전히 해소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더 이상 ‘돈이 없으니 민간자본을 끌어 들여 우리나라 보육의 90% 이상을 맡길’나라가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보육서비스의 소비자는 엄마들, 소통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보육시설은 보육시설대로 자신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한 이런 갈등은 되풀이 될 것이다. 결국은 누가 승자가 되던 간에, 그 사이에서 엄마들과 아이들만 피해자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 두고만 보고, 지켜만 볼 일이 아닌 이유다.

정부와 민간보육시설 뿐만 아니고 모든 보육시설의 소비자는 엄마들이라는 점을 엄마들이 깨닫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엄마들이 소비자로서 보육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보육부문에서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소비자의 권리는 지켜지기 어렵다.

부족한 보육시설로 인해 1~2년 씩 줄 서서 기다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보육원이 존재하는 이상,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수 도 있다.

일차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은, 엄마들이 보육시설의 개설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또는, 보육원에 직접 지급되는 보육지원비를 엄마들에게 직접 지급하거나 엄마들이 지급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방법도 생각해 볼 방안이다. 엄마들이 지급되는 보육비의 사용을 어느 곳에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면 최소한 보육서비스의 소비자로서 권리가 강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초기의 혼선을 극복한다면, 장기적인 보아 엄마들의 문제해결 능력이라면, 그러한 보육비 집행의 권한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부모협동보육이나 차원이 다른 가정보육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 낼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육의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민간보육시설의 수익이나 환경개선문제 이전에 엄마들의 문제다. 엄마들의 참여와 역할 확대가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 할 정부정책도 중요하다.

엄마들이 서로의 힘을 모으는 소통과 참여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성이 필요한 시점이다.